본문 바로가기

의학의 역사

(38)
헤로인의 발명: ‘기적의 약’에서 통제 불능의 약까지 오늘날 ‘헤로인’이라는 단어는 극도의 중독성과 위험성, 사회 붕괴, 범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 악명 높은 마약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1898년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Bayer)은 '헤로인(Heroin)'이라는 상품명을 붙인 시럽을 자사의 신제품으로 선보였습니다. 용도는 놀랍게도 ‘기침 완화용 진통제’였고, 당시에는 아동용 시럽으로도 적극 판매되었습니다. ‘기적의 신약’, ‘부작용 없는 모르핀 대체제’, ‘아이들도 복용 가능한 안전한 기침약’이라는 슬로건 아래 출시된 헤로인은 수년 만에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헤로인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초기에는 어떤 기대를 받았으며, 결국 어떤 경로를 통해 가장 위험한 약물로 분류되었는지 ..
코카인: 정신과 약물에서 범죄의 상징까지 '약'과 '마약'은 어떻게 갈라섰는가 오늘날 ‘코카인’은 중독과 범죄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각종 범죄 영화나 뉴스 보도 속에서 코카인은 항상 불법의 대표적 이미지로 등장하며, ‘마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약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코카인은 원래 ‘의약품’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코카인은 의사들의 주목을 받으며 정신과, 외과, 치과 등 다양한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심지어 그 시기에는 ‘기적의 약’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조차 코카인을 ‘정신적 무기’로 예찬하며, 자신의 논문에서 그 효과를 자세히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코카인의 출발점과 의료적 효능,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오용과 범죄의 중심으로 변질되었는지를 따라가며, 약물..
아편전쟁과 의학의 충돌 : 동서양 의료, 제국주의, 그리고 통증 치료의 기원 아편전쟁은 단지 무역 분쟁이 아니었다. 동서양 의료의 충돌, 제국주의적 수탈, 그리고 통증 치료의 기원이 된 아편의 역사를 따라가보자 근대의 역사까지 둘러본 의학의 역사, 새로운 시리즈로 의학의 역사 속 마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합니다. 첫 이야기는 동서양의 전쟁까지 발발하게 했던 아편입니다. 역사 속 전쟁은 단지 군사적 승패를 가르는 사건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전쟁은 경제를 바꾸고, 문화의 흐름을 바꾸며, 심지어 ‘의료’라는 인간의 생존 방식마저도 바꿔놓습니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중반 아편전쟁(Opium Wars)은 의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이 전쟁은 동서양의 문화 충돌, 제국주의의 확장, 그리고 무엇보다 의학과 약물에 대한 인식의 충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편이라는 약물은 전쟁의 원인..
인공지능(AI) 의사의 전신 - IBM 왓슨부터 ChatGPT까지 기계가 진료하는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과거에는 ‘의사가 되는 것’이 지식, 직관, 경험의 결정체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의료현장에 인공지능이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계산이나 자료 정리 수준이 아닌, 진단을 제안하고, 치료법을 조율하며, 환자의 예후까지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의료를 보조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부터 오늘날의 대화형 AI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의 이면에는 기술 진보와 함께 의료윤리, 데이터 접근성, 신뢰성 확보라는 복합적인 과제가 존재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의사’라는 개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IBM 왓슨(Watso..
[의학의 역사] 의료윤리의 시작: 나치 생체실험과 뉘른베르크 강령 우리가 병원을 찾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안전과 신뢰입니다. 의사가는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를 하지 않으며, 어떤 검사든 내 이해와 동의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전제는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당연함은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희생을 통해 마련되었습니다. 현대 의료윤리의 토대는 의학의 진보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생명을 철저히 수단으로 삼았던 비윤리적 실험—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생체실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치의 생체실험 실태와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뉘른베르크 강령이라는 윤리적 선언의 탄생 과정을 통해 의료윤리의 출발점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취급된 생..
[의학의 역사] 정신의학의 역사: 전기충격요법에서 약물치료까지 정신질환은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치료 방법은 시대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고대에는 악령이나 신의 저주로 간주되기도 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이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하거나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신의학’이라는 독립된 의학 분과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생물학적·심리적 현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치료의 방식도 점차 과학적으로 변모해갔습니다. 이번 의학의 역사에서는 정신의학 치료사에서 주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치료법들—전기충격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과 약물치료의 도입—을 중심으로 정신질환 치료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
[의학의 역사] 코로나19와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비교 : 팬데믹의 두 얼굴 감염병은 인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21세기의 코로나19, 그리고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수억 명에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팬데믹입니다. 약 10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두 감염병은 전파 양상, 치명률, 의쇼 시스템의 대응, 그리고 사회적 파장에 있어 서로 다른 면모를 보였지만, 동시에 공통적인 교훈과 구조적 문제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의학의 역사에서는 두 팬데믹의 주요 특성을 비교하고, 인류가 위기를 어떻게 맞이하고 극복해왔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발생 배경과 초기 확산1918년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 발생했습니다. 병사들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며 감염병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전쟁속에서 피로 누적과 영양부족, 위생 환경의 열악함은 치명률을 더..
[의학의 역사] 의학과 전쟁 : 1차 세계대전과 외과수술의 발전 20세기 초, 인류는 유례없는 규모의 전쟁을 경험하게 됩니다. 1914년 발발한 제 1차 세계대전은 단순한 정치·경제적 갈등을 넘어, 과학과 기술,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마저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대격변이었습니다. 전선에서는 총알과 포탄, 독가스와 참호병이 일상화되었고, 이로 인한 부상과 감염은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빠르게 드러냈습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외과수술의 응급치료 체계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의학의 역사는 제 1차 세계대전을 통해 의학, 특히 외과수술이 어떤 전환점을 맞이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전쟁 이전의 외과 수술 : 제한된 기술, 비효율적 체계1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외과수술은 제한된 기술과 경험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마취제와 방부제의 도입은 1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