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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의 역사] 불가능을 이식한 의학 시작은 피부에서: 이식의 가능성을 탐색한 시대장기이식의 역사는 ‘다른 생명체의 일부를 몸에 붙인다’는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원전 600년경 인도에서 코 성형을 위해 피부를 다른 부위에서 이식한 기록이 존재하며, 이는 고대 성형외과의 시초이자 최초의 조직이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면역반응이나 조직 적합성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대였기에, 성공률은 낮고 실패가 일반적이었습니다. 19세기 말, 과학이 발전하면서 피부이식이 실험적 차원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외과의사들은 화상 환자나 외상 환자에게 자가이식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면역거부 반응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주목받게 됩니다. 즉, 환자 자신의 피부를 이식하면 성공률이 높지만, 타인의 조직을 이식할 경우 면역체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거..
검사의 역사 - 체액에서 인공지능 진단까지 인체의 신호를 읽는 첫 번째 시도 체액을 살펴보다!의학 검사의 역사는 눈에 보이는 증상 너머를 탐색하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중국, 그리스 의사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단서를 찾기 위해 소변의 색, 냄새, 거품 등을 관찰했습니다. 심지어 중세 유럽에서는 의사가 소변을 직접 맛보는 오줌맛보기(uroscopy)라는 진단 행위가 정당한 의료 행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검사법은 과학이라기보다 경험에 의존한 관찰술이었지만, 질병이 인체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직관적 인식의 발현이었습니다. 특히 히포크라테스나 갈레노스 같은 인물들은 체액(혈액, 점액, 담즙 등)의 불균형이 병의 원인이라 여겼고, 그 균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진단의 핵심이라 믿었습니다.실험실의 시대: 현미경과 화학적 ..
병원의 역사 - 종교 시설에서 현대 의료기관으로 주제 : 병원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중세 수도원의 자선병원부터 시민사회 속 의료기관의 변천, 현대 병원의 경영화까지. 병원의 역사는 질병보다 인간을 중심에 둔 치유의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보여준다. 병원의 기원 - 치료보다 자비가 우선이던 시절병원의 기원은 의학보다 종교에 가까웠습니다. 고대에도 미약하지만 의학적 지식과 의사는 존재했지만, 병든 이들을 위한 전용 시설은 드물었습니다. 본격적인 병원 개념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수도원은 단순한 종교 수행의 장소가 아니라, 고아원, 노인 요양소, 병원 등 약자를 수호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당시 병원은 ‘hospital’이라는 단어가 지닌 본래 의미처럼, 환대를 뜻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육체의 치유보다는 환자와 가난..
의료보험의 역사: 누가 의료를 지불하는가 독일 비스마르크 제도부터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미국의 민간보험까지 의료는 누구의 책임인가? 독일의 사회보험 제도부터 한국의 보편적 건강보험, 미국의 민간 중심 시스템까지 의료 접근성과 공공성을 둘러싼 세계의 역사적 논쟁을 짚어보자! 시작은 ‘국가의 개입’이 아닌 ‘국가의 계산’이었다의료보험은 단지 병원비를 나누어 내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건강을 누구의 책임으로 둘 것인가’라는 깊은 사회적, 정치적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현대 의료보험의 효시는 일반적으로 1883년 독일 제국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만든 사회보험 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비스마르크는 노동자 계급의 불만과 사회주의 운동을 통제하고자 했으며, 그 해법으로 ‘건강보험’을 제안했습니다. 당시엔 병원비 보장뿐만 아니라, 질병으..
의료 통계와 역학의 탄생 : 숫자로 질병을 읽다 주제 : 19세기 존 스노우의 콜레라 지도부터 팬데믹 시대 데이터 기반 정책까지 질병을 추적하는 새로운 언어, ‘숫자’19세기 초반까지 질병은 주로 신의 뜻, 악한 공기, 도덕적 타락 등의 비과학적 설명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진보하면서, 보이지 않는 병의 원인을 눈에 보이는 숫자로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의학을 기존의 주관적 직관에서 벗어나, 과학적 추론과 통계적 분석으로 이끄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질병의 확산 양상, 환자의 수, 지역적 분포, 사망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놀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가 병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언어입니다. 19세기 런던, 콜레라와 존 스노우의 지도 : ..
생리학의 역사: 살아있는 몸을 이해하려는 여정 고대 그리스의 체액설부터 현대 신경전달물질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탐색해온 생리학의 여정은 의학과 생명과학의 근간을 이룬다. 본문에서는 호르몬, 자율신경계, 내분비학의 발전사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생리학의 시작: ‘네 가지 체액’이 말해준 몸의 균형인류가 인체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려고 한 시도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몸이 네 가지 체액의 조화로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체액들은 각각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질병이 발생한다고 여겼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미신적 믿음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이성과 철학을 바탕으로 정립된 이론이었습니다. 이후 로마 제국의 명의 갈레노스에 의해 더욱 체계화..
오피오이드 위기: 진통제가 만든 세계적 재난 진통제를 둘러싼 가장 위험한 역사진통제는 현대 의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의약품입니다. 수술 후 회복, 암성 통증 관리, 만성질환 치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은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약물이든 ‘효능이 강력할수록 부작용과 의존의 위험도 크다’는 명제에서 오피오이드는 결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오피오이드 위기(Opioid Crisis)’는 단순한 약물 오남용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의료계, 제약업계, 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이자, ‘의료의 상업화’가 어떻게 대규모 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이 글에서는 오피오이드의 역사와 기능, 퍼듀파마와 옥시콘틴의 등장, 중독 사태의 확산과 사회적 파장을 따..
[의학의 역사] 마약 시리즈 -의료용 대마초, 금기의 재조명 오늘날 ‘대마초’라는 단어는 여전히 불법, 환각, 마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식물은 한때 인류 문명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약물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통증, 불면, 소화불량,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료적 효능이 인정되었으며, 오랜 기간 약용 식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20세기 중반 들어 대마초는 세계 각국에서 법적으로 금지되며, 마약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료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대마의 의료적 역할과, 정치적 금지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제도 변화까지 그 흐름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고대부터 현대까지 대마의 의료적 사용은 새롭지 않다..